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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고 사람들이 그 혹시 사람이 넋이 안뮤지컬 ‘마타하리’의 주인공 옥주현(가운데). 이엠케이(EMK)뮤지컬컴퍼니 제공


희대의 요녀인가, 정치의 희생양인가.
지난 5일 서울 강서구 엘지(LG)아트센터 서울에서 개막한 국내 창작 뮤지컬 ‘마타하리’는 1차 세계대전 중 스파이 혐의로 프랑스에서 총살당한 실존 무희 마가레타 거투르드 젤르를 소재로 한다. 인도네시아 주둔군이던 네덜란드 장교와 결혼하지만, 아이가 죽는 등 사건을 겪으며 결혼 생활은 파국을 맞는다. 이후 프랑스 파리로 거처를 옮긴 마타하리는 우연한 기회에 스트립 댄서로 무대에 서게 된다. 일약 스타가 된 그는 유럽의 명망가들과 깊은 친분을 쌓는다. 마타하리는 그의 인맥을 활용하려는 프랑스 정보당국의 지시로 독일군 부산신용불량자 정보를 빼내는 스파이 활동을 하지만, 끝내 이중 스파이로 몰려 비극적 최후를 맞는다.
배우 옥주현은 2016년 초연 뒤 이번 네번째 시즌까지 모두 마타하리 역을 맡았다. 제작진은 창작 단계부터 옥주현을 염두에 뒀다고 한다. 옥주현은 12·3 내란 사태 직후인 6일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 모두가 흔들릴 때 타격을 받는 게 예술이다. 당연한 대학원학자금대출 거다. 여유를 가질 수 없지 않냐”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2022년 세번째 시즌 당시 마타하리 역으로 뮤지컬 데뷔를 했던 그룹 마마무의 솔라는 이번에도 옥주현과 번갈아 마타하리를 연기한다.
마타하리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아르망 역에 에녹·김성식·윤소호, 마타하리를 스파이로 고용한 라두 대령 역에 최민철·노윤 등이 가세했다. 토마토저축은행이율 이번 시즌에는 마타하리 내면의 갈등을 상징하는 마가레타(안진영) 캐릭터가 추가돼 서사의 완성도를 높였다.
20세기 초 벨 에포크 시대의 매력적인 파리 풍경을 재현한 세트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무대 전·후면의 깊이를 충분히 활용해 입체감과 사실감을 살린다. 세트 전환도 매끄러워 극 전개가 물 흐르듯 이어진다. 200벌 넘는 화려한 의상도 결혼중개업체 볼거리다. 당대 최고 무희였던 마타하리의 관능적이면서 화려한 안무 연출은 뮤지컬의 장기 흥행 요인이기도 하다.
압권은 마타하리가 총살당하기 직전에 부르는 37번째 넘버 ‘마지막 순간’ 무대다. 유명 뮤지컬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작품으로, 옥주현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공연장에 쩌렁쩌렁 울린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면서 “내 사랑은 영 대한주택공사 원해/ 걱정 마 기억해 줘”라고 울부짖을 때 객석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감정이 솟구친다. 이 한 장면만으로도 공연을 볼 가치가 충분하다. 3월2일까지.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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